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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생활문화

조선시대 장 담그기 문화, 발효 속에 담긴 지혜를 들여다보다

장(醬), 조선의 밥상을 지탱한 진짜 주인공

조선시대 사람들의 밥상에는 항상 장이 있었다. 고기 없이도 맛을 냈고, 반찬이 많지 않아도 장 하나로 식탁이 풍성해졌다.조선시대의 장은 단순한 양념이 아니었다. 그것은 집안의 손맛이자, 건강을 지키는 발효의 결정체였다. 오늘날 우리는 시판된 된장, 고추장, 간장을 쉽게 사서 쓰지만, 조선시대 사람들은 직접 장을 담그며 가정의 정성과 전통을 이어왔다. 이 글에서는 조선시대 장 담그기 문화와 그에 담긴 발효 지혜를 자세히 들여다본다.

 

장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조선시대 장은 메주를 기본으로 한 발효 음식이다. 가장 먼저 메주를 만들고, 일정한 기간 발효시켜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을 만들어 사용했다.

1. 메주 만들기 – 장 담그기의 시작

  • 가을 수확철에 콩을 삶아 찧고, 벽돌처럼 반듯하게 빚은 뒤 말린 것이 메주이다.
  • 메주는 겨울 동안 발효를 위해 매달아 놓거나 볕이 잘 드는 곳에 놓아 자연 건조했다.
  • 발효가 진행되는 동안 미생물들이 콩의 영양을 분해하여 풍미를 형성했다.

이 과정은 자연 속에서 이루어졌고, 사람의 손길과 기후 변화가 그대로 맛에 반영되는 민감한 작업이었다.

 

2. 장 담그기 – 집안의 큰 행사

보통 정월(음력 1월) 장 담그는 날을 따로 정해, 가족이 함께 장을 담갔다. 이날은 단순히 장을 만드는 날이 아니라, 가족이 정성과 기운을 함께 담는 중요한 행사였다.

주요 과정:

  • 메주를 소금물에 담가 숙성 → 간장과 된장 분리
  • 일정 기간 후 윗물은 간장, 아래 남은 덩어리는 된장
  • 고추장도 메주가루 + 고춧가루 + 엿기름 + 조청으로 따로 제조

이처럼 장 담그기는 복잡한 정성과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었고, 그만큼 집안의 손맛과 위생 수준이 반영된 전통 문화였다.

 

3. 장독대 – 자연과 함께 숨 쉬는 공간

조선시대 장 담그기에서 **장독대(장독 받침 공간)**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장독은 햇볕이 잘 들고 바람이 순환되는 마당 한 켠에 두었으며, 자연의 기운이 장의 발효를 도와주는 중요한 조건이었다.

  • 옹기 장독은 통기성과 보습력이 뛰어나 발효에 최적화된 그릇
  • 장독 뚜껑은 매일 열어주고 닫으며, 숨 쉬는 장을 관리했다
  • 장독대 주변에 고추나 마늘을 함께 두어 벌레나 균 침입을 막는 지혜도 사용했다

장독대는 그 자체로 생활 속 과학의 집약체였으며, 주부들의 관리 능력을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조선시대 장 담그기 문화, 발효 속에 담긴 지혜를 들여다보다

장은 음식 그 이상의 의미였다

조선시대 장은 단순한 양념이 아니라, 집안의 건강, 정성, 그리고 전통을 지켜주는 핵심 요소였다.

장 종류쓰임새문화적 의미
된장 국, 찌개, 무침 발효 건강식, 정갈함의 상징
간장 나물, 무침, 간 맞춤 기본 양념, 정제된 맛
고추장 양념장, 볶음, 무침 매운맛, 정성의 상징

장 하나만으로 다양한 요리를 해내는 지혜, 그것이 바로 우리 전통 식문화의 본질이었다.

 

 

조선시대 장 문화에서 배우는 지혜

현대에는 마트에서 간편하게 장을 구매하지만, 조선시대 장 담그기 문화에는 다섯 가지 중요한 지혜가 담겨 있다.

  1. 자연과 함께 발효하는 삶
  2. 시간이 만들어주는 깊은 맛
  3.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체 문화
  4. 정성과 손맛이 담긴 슬로우푸드의 원형
  5. 건강한 식생활을 위한 발효 지혜

이러한 장 문화는 단순히 옛날 방식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음식 문화로서의 가치를 다시 되새기게 만든다.

 

오늘날 장 담그기 문화는 사라졌을까?

최근에는 슬로우푸드 열풍과 발효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전통 장 담그기 문화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 메주 만들기 체험, 된장학교, 전통 장 교육 프로그램 등이 전국 곳곳에서 운영 중이다.
  • 젊은 세대도 직접 장을 담그는 전통 방식에 호기심을 갖고 참여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자연과 조화로운 전통 식문화에 대한 회복의 움직임이다.

 

 

장 속에 담긴 삶의 가치

조선시대 장 담그기 문화는 단순한 요리법이 아니다.
그 속에는 정성과 시간,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발효의 미학이 담겨 있다.

장 하나에도 철학이 있던 시대, 그 삶의 지혜는 지금 우리가 다시 배워야 할 중요한 가치이다.
한 숟가락의 장 속에는 세월의 맛과 손맛, 그리고 따뜻한 마음이 녹아 있다.